카이저 수염에 비수같은 재담(才談)으로 많은 골프팬들의 인기를 모으는 게리 맥코트 (Gary Mccord). 한때 CBS-TV 골프 중계에 드라이브 샷의 행 타임(hang time 떠있는 시간)을 마치 단거리 육상경기 초읽기 하듯 재내어 보는 이들의 흥미를 한껏 더 했는데. "" 딱!, 아~ 나릅니다... 똑딱 똑딱 ... 네, 아직도 나릅니다... 똑딱 똑딱... 네 이제 막 땅에 키쓰하는 군요. 행 타임 물경 12초[?]를 기록합니다... 정말 대단하군요""
드라이브 샷은 남자들 자존심 크기라도 재듯 그 길이에 상당한 이고우(ego)를 담고 있다. 한마디로 그 '알량한' 거시기(?) 문제란 거다. 여성들은 대부분 남자들의 거시기 자의식을 그렇게 '빅딜(a big deal)'로 여기지 않는다는데, 그래도 남자들의 그 '지고한' 유치(幼稚)함은 아무도 말릴수 없다던가...
드라이브 샷은 티박스에서 다들 보는데 치뤄지는 의식(儀式)이다. 드라이브 샷은 조명이 눈부셔 작은 주름까지 모두 드러나는 그런 환한 무대에서 몽땅 벗어 발가벗기운 채 행하는 리츄얼(ritual 의식)이다. 그렇게 늠름하고 멋있던 신사(紳士)가 길다란 채잡고 볼위에 엉거주춤 하는데 어느새 그냥 배꼽쥐고 웃어도 시원찮을 삼류 코미디언이 탄생한다. 그렇게 세련되고 멋져보이던 매력만점의 요조숙녀(淑女)가 졸지에 치맛자락 풀려 속고쟁이 드러낸 모양 민망스런 몸짓을 꼬아낸다.
골프는 지극히 민주적(demoractic)이란다. 누굴 가리지 않는다. 일단 티이박스에 들어서면 한나라의 대통령이나 여염집 아주머니나 다 똑같이 맞딱뜨리는게 골프란 게임이다. 드라이버는 쇼우다. 보여줌이다. 자존심이다. 흔히 「보여주는 건 드라이브요 돈 버는건 펏팅이다」고 한다. (Drive for show, putt for dough. 드라이프 훠 쇼우 펏 훠 도우) 하지만 많은 경우 우린 돈이야 좀 '덜' 벌더라도 뭔가 멋지게 보여주고 싶어한다. 허영심(虛榮心)은 삶의 조미료 같은 걸까?
그래 우린 듣고 싶어한다. “야, 거 멋진 드라이브야!” “어머 자기 고릴라!” “상당히 기시군요!” “어머 아주 길어요!” 하지만, 좀 더 고상하고 비유적으로 슬쩍 비껴가듯 말할수도 있다. “잇츠가러 플레니 업 행 타임 (It's got a plenty of hang time!)” “거 꽤 오래 나르는군!” 제법 멋진 찬사다. 게리 맥코드같은 재담가만 즐기기엔 과연 멋진 표현이 아닐런가.